"교황직의 권위와 교회의 미래: 권력 집중의 딜레마"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교황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헌신으로 포장되기에는 복잡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그는 무릎 부상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교황직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기며, 심각한 직무 불능 상태가 오지 않는 한 조기 퇴진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권력에 대한 개인적 집착의 표현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교황직을 고수했으며, 이는 숭고한 희생으로 찬사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교황청 운영의 투명성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스스로 퇴임하여 600여 년 만에 교황직 용퇴의 선례를 남겼다. 그의 결단은 지도자의 겸손한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졌고,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권력을 경계하라”고 경고하며 겸손을 역설했지만, 현재 그의 행동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미완의 교회 개혁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책임감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평가들은 그 이면에 권좌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교황직의 막강한 권한과 종신제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논란을 더욱 부각시킨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좌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헌신이 아니라 교회 통치 구조의 심각한 딜레마를 드러낸다.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된 구조에서는 지도자가 권좌에 연연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교회 전체가 그의 의중에 좌우되는 위험을 초래한다. 교황직의 권위가 개인의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교회가 진정한 개혁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권력의 집중을 분산시키고, 지도자의 책임감과 겸손을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신앙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교황직의 권위가 교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도록 해야 할 때이다.
주요 참고 기사
- AP통신: Pope acknowledges criticism and health issues but says in his new memoir he has no plans to retire (2024.3.13)
- Catholic News Agency: Pope Francis takes on critics in autobiography, says he won’t be resigning (2024.3.14)
- 동아일보: 교황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힘 실리는 ‘조기 사임설’ (2022.8.29)
- The Guardian: Pope under pressure to resign after jubilee (2000.5.18)
- 가톨릭프레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일 '권력을 경계하라' 강조 (202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