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성스러운 금고의 검은 그림자: 바티칸 은행, 부패 스캔들의 민낯

by 꼬미팍 2025. 6. 11.

성스러운 금고의 검은 그림자: 바티칸 은행, 부패 스캔들의 민낯

교회 자금 관리에서 범죄 온상으로 전락한 역사

 

본래 전 세계 교회 자금을 관리하고 선한 사업을 돕겠다는 숭고한 목적으로 설립된 바티칸 은행. 하지만 처음부터 높은 자율성과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 '비공개 금고'라는 독특한 지위 덕분에,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과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을 끊이지 않고 받아왔다. 수익과 지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극비주의는 교회 재정이 어떻게 쓰이는지 외부인이 알 수 없게 만들었고, 이는 곧 각종 부패 의혹의 씨앗이 되었다.

 

악명 높은 스캔들, 그 충격적인 연대기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부패 의혹은 수십 년에 걸쳐 쌓여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을 짚어보자면:

  • 1970년대 마피아 금융가 연루: 이탈리아 마피아와 연계된 금융업자 미케레 신도나를 자문역으로 고용했다가 그의 은행 파산으로 교황청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때부터 교회 자금이 조직범죄와 얽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 1982년 암브로시아노 은행 사건: 이탈리아 최대 은행 중 하나였던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붕괴는 바티칸 은행 부패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다. 당시 은행장 폴 마르친쿠스 대주교가 보증서를 써줬다가 은행 파산 후 사기 파산 방조 혐의로 지목되었고,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도피 중 시신으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 사건은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 자금 및 불법 거래와 깊숙이 연루되었음을 암시했으며, 결국 바티칸 은행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거액을 배상해야 했다.
  • 1990년대 나치 금괴 의혹: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나치와 우스타샤 정권이 약탈한 재산이 바티칸을 거쳐 숨겨졌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교황청의 국가 면책특권으로 소송은 각하되었지만, 가톨릭 교회 재정이 역사적 전쟁 범죄와도 연루되었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 2010년 돈세탁 수사: 이탈리아 당국이 바티칸 은행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정황이 드러나 은행장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고, 돈세탁 의혹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었다.
  • 2013년 고위 성직자 체포: 전 수석 회계사 누치오 스카라노 신부가 현금 2,000만 유로 밀반입 공모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고위층까지 돈세탁 공모에 연루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 2021년 최고위 인사의 유죄 판결: 바티칸 은행의 전직 수장 앙젤로 칼로야가 부동산 거래 조작으로 거액을 착복한 혐의로 기소되어 횡령 및 자금세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황청 역사상 최고위급 성직자의 금융 범죄 유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허술한 규제와 극비주의가 낳은 결과

바티칸 은행이 이토록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허술한 규제와 교회 재정의 극비주의가 꼽힌다. 오랫동안 마피아 등 범죄 조직의 돈세탁 은신처로 악용되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로 마피아와 연결된 인물들이 은행 고문이나 중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교회 스스로 부패 혐의자들을 감싸고 재정 비리를 은폐해왔다는 점이다. 치외법권을 이용해 이탈리아 사법당국의 신병 인도 요청을 거부하거나, 내부 고발 없이 비리가 묻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2013년 이전까지는 연례 재무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을 만큼 운영이 불투명했다.

 

 

 

개혁의 노력과 여전히 남은 의혹

2010년대 들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 개혁에 착수했다. 금융정보청을 신설하고 국제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수상한 계좌 수백 개를 폐쇄하고 투명성 제고 조치를 시행했다. 사상 처음으로 연례보고서를 공개하고 수상한 자금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혁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하다. 현재 약 54억 유로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바티칸 은행의 자금 운용이 모두 깨끗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며, 최근에도 런던 부동산 투자 의혹 등 추가 스캔들이 터지며 바티칸 내부의 구조적 부패가 완전히 뿌리뽑히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약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교황청의 재정 부패와 돈세탁 스캔들은 가톨릭교회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신도들은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성스러운 금고라 불리던 곳이 사실은 온갖 검은돈이 오가는 통로였다는 사실은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개혁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연 그 뿌리 깊은 부패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