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공지능(AI)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진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의 발언을 접한 많은 이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고민과 사회적 영향을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의 발언에는 기술 자체를 불신하거나 경계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든다.
교황의 메시지는 단순히 AI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향한 근본적인 두려움과 불편함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교황이 제기한 우려에는 타당한 부분이 있다. 모든 혁신에는 반드시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교황이 AI에 대해 진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면밀한 감독"과 "적법한 주의"를 촉구하는 태도는, 기술 자체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연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대상은 AI와 같은 기술 그 자체일까, 아니면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와 태도일까?
교황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과학적 발전이 기존의 사회적, 윤리적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역사적으로 종교는 종종 과학의 발전과 충돌하며, 그 과학이 기존의 신념 체계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은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AI는 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며,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등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기술의 긍정적인 영향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교황은 AI가 인간의 역할을 위협하고 진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는 기술의 본질을 오해한 것처럼 보인다. AI는 그 자체로 윤리적이거나 비윤리적이지 않다. 그것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과 활용 방식에 달려 있다. 진실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AI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인간들이다.
AI는 오히려 우리가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능력을 통해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고,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교황이 우려하는 ‘진실의 위기’는 AI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와 무책임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AI를 무조건 경계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종교와 과학은 오랜 시간 동안 대립해 왔지만,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종교는 인간의 내면적 삶과 도덕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과학은 그 도구와 방법을 제공한다. 이 둘이 협력할 때 인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종교는 AI와 같은 기술이 인간에게 윤리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교황의 이번 발언처럼 기술 자체를 문제 삼고 경계하는 태도는 오히려 과학과 종교 간의 협력 가능성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은 단순히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도구다. 이를 무조건 경계하기보다, 과학과 종교가 함께 손을 잡고 기술을 어떻게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진보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진정한 진실은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할 때 비로소 발견된다.